비아시아권 영화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나라와 민족의 시각을 보여주는 섹션
프로그래머 추천작: 〈 블랙 볼〉 ,〈빅 걸스 돈트 크라이〉, 〈행복을 찾아서〉, 〈킬로란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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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전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성과 화제성을 두루 지닌 비아시아권 작품을 ‘월드 프라이드’ 섹션에서 선보인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성소수자들이 마주하는 사회의 풍경과 그들이 펼쳐가는 삶, 그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을 담아낸 수작으로 섹션이 채워졌다. 올해는 장편 아홉 편과 단편 열 편이다.
2026 선댄스영화제 월드 시네마 드라마틱 경쟁부문 초청작인 〈빅 걸스 돈트 크라이〉는 2006년 뉴질랜드의 시골을 배경으로 한다. 인생을 바꾸는 한여름 동안 14세 소녀 시드는 자신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흉내 내며 욕망과 정체성, 그리고 막 보급되기 시작한 인터넷의 세계를 발견한다. 카메라는 상황이 긴장되거나 민망해져도 좀처럼 주인공에게서 물러나지 않는다.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기보다 그 과정이 실제로 얼마나 막막한지를 그린 작품이며, 신예 애니 팔머의 연기가 영화 전체를 떠받친다.
〈행복을 찾아서〉는 모로코 출신의 미등록 이민자 사아드가 이란인 연인 레자와 함께 캐나다로 향하는 위험한 여정에서 출발한다. 몬트리올에 도착한 뒤 레자가 이란으로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사아드는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이란으로 송환될 경우 그에게는 피할 수 없는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로맨스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 영화가 날카로운 지점은 따로 있다. 성소수자 난민 심사가 요구하는 '증명'의 방식을, 누구도 악인으로 그리지 않으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단편에서는 〈킬로란 베이〉가 눈에 띈다. 수십 년 만에 스코틀랜드의 결혼식으로 돌아온 한 남자가 평생 피해온 과거와 마주하는 뮤지컬 단편이다. 헤브리디스 제도의 거친 풍광과 전통 춤판인 웨딩 케일리의 열기 속에서 퀴어의 기쁨과 자기수용을 노래한다.
추천작 외에도 눈여겨볼 작품이 많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선보인 〈겁쟁이〉는 1916년 1차 세계대전의 전선을 배경으로, 벨기에 병사 피에르와 자신을 숨기지 않는 동성애자 병사 프랑시스가 전우들과 함께 연극 레뷔를 올리는 이야기다. 두 주연 배우가 남자연기상을 공동 수상했다. 레즈비언 실험영화의 선구자 바버라 해머의 작업을 아카이브로 되짚은 〈바바라 포에버〉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상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1980년대 에이즈의 시대를 살아남은 이들의 현재를 담은 〈다운타운〉과, 아버지가 게이임을 눈치챈 아들이 공포에 사로잡히는 〈텔 미 에브리씽〉은 그 시절의 기억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되살린다.〈가우아〉와 〈보디 블로우〉처럼 장르적 상상력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은 퀴어영화의 장르가 지금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월드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뉴질랜드, 캐나다, 벨기에,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여러 국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는 월드 프라이드 섹션에 다채로운 빛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