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IPFF 11.6(Thu.) ~ 11.12(Wed.)

코리아 프라이드 - 단편 경쟁

KOREA PRIDE - Shorts Competition 

프로그래머 추천작: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경계선〉, 〈자궁메이트〉, 〈두 시간〉


‘코리아 프라이드’ 섹션의 단편 경쟁 부문은 신인 감독과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한국 퀴어영화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도 완성도 높은 한국 퀴어 단편영화들이 경쟁 부문에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우선, 올해 코리아 프라이드 섹션의 단편 부문에서는 성소수자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국내 퀴어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주로 ‘착한’ 이미지로 그려졌지만, 올해 출품작들은 더 솔직해진 게 눈에 띈다. 작품 속 퀴어 캐릭터들이 영악하거나 결점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당사자의 민낯과 복합적인 인간성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소수자로서의 캐릭터 묘사를 넘어, 퀴어의 감정과 인간으로서의 다층적인 스펙트럼을 포착하려는 진전으로 읽힌다.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오상민 감독의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은 다큐멘터리 촬영 중 아버지의 부고를 듣게 된 트랜스남성 감독 주완의 이야기다. 그는 장례식에 가지 않기로 결심하고, 그 결정 속에서 자신과 과거의 관계, 그리고 남겨진 감정의 잔향을 마주한다. 애도를 ‘끝맺음’이 아닌 ‘과정’으로 바라보는 이 영화는 상실과 정체성,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재원 감독의 〈경계선〉은 전 여자친구의 실종 소식을 듣고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된 지해의 이야기다. 경찰의 질문을 통해 그날의 기억을 더듬는 그녀가 떠올리는 마지막 만남의 순간들은 평범한 일상의 궤적처럼 보이지만, 점차 그 안에 감춰진 비밀과 감정의 흔들림이 드러난다.


노희정 감독의 〈자궁메이트〉는 생리 주기를 공유하고 자궁을 교체할 수 있는 앱이라는 기발한 설정을 통해, 여성의 몸과 선택을 둘러싼 문제를 유쾌하게 비틀어낸 블랙코미디다.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조율되지 않는 몸’을 경험하는 주인공 민희는 ‘자궁메이트’라는 상상의 세계를 통해 통제 불가능한 신체와 감정을 새롭게 바라본다. 2025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영화는 발칙한 상상력과 위트로 여성의 몸을 둘러싼 불편한 현실을 경쾌하게 드러낸다.


이재원 감독의 〈두 시간〉은 대리운전 기사 창한이 드랙퀸 준서를 손님으로 만나면서 시작된다. 돈을 건네러 간 준서가 돌아오지 않자, 창한은 대신 그의 룸메이트 율하와 마주하게 되고, 은행 서버 점검으로 송금이 불가능한 ‘두 시간’ 동안 함께 머물게 된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이들은 우연처럼 스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경계 너머에 닿는 감정을 경험한다.


이처럼 올해 ‘코리아 프라이드’ 섹션은 한국 퀴어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다채로운 작품들로 가득하다. 한국 퀴어영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39편의 빛나는 단편영화들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