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SIPFF 11.7(Thu.) ~ 11.13(Wed.)


마스터 클래스 인터뷰
Master Class [ Ray YEUNG ] Interview

Interviewer 이동윤

Interviewee 레이 영

1.
법을 공부하고 변호사로 일을 하다 영화 감독이 되셨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영화 감독의 길로 이끌었나요?


나는 항상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이 관심있어 할거라 생각하질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1993)을 보고 내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나의 가족 이야기와 가깝기도 했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아시아 남성들이 대면해야 하는 부모에 대한 의무, 전통을 존중하는 것, 가문의 이름을 계승하는 것들이었어요. 이 영화는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어요. 그래서 상영이 끝난 후에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던 게 기억나요. ‘관객들이 이 영화에 관심 갖는 것 만큼 내 이야기에도 관심 갖지 않을까?’ 그 순간 결심했죠. 영화 제작에 도전해서 서양에 사는 아시아 게이 남성으로서의 나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어 보겠다고요.




2.
당신의 첫 번째 장편영화 <컷 슬리브 보이스>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인물들의 퀴어성입니다. 멜빈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단순히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되지 않는 정체성의 변화 과정을 거칩니다. 이 영화의 인물들을 어떤 관점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시아 게이 남성으로서의 나의 경험을 자전적으로 반영하여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 저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바탕에 두고 작업했어요. 이 시기는 정체성의 변화와 관련된 논의가 대중적으로 거의 이뤄지지 않을 때였는데요.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도 마초와 근육질 스타일에 집착하던 때였어요. 만약 당신이 이 당시 게이 커뮤니티에 있었다면 당신도 그 욕망에 따르기 위해서 마초적인 스트레이트 재킷을 입어야만 했을 거예요. 난 의도적으로 서양에 사는 아시아 게이 남성의 관점으로 이러한 남성성과 동성애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고 탐고해보고자 했어요.나는 항상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이 관심있어 할거라 생각하질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1993)을 보고 내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나의 가족 이야기와 가깝기도 했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아시아 남성들이 대면해야 하는 부모에 대한 의무, 전통을 존중하는 것, 가문의 이름을 계승하는 것들이었어요. 이 영화는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어요. 그래서 상영이 끝난 후에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던 게 기억나요. ‘관객들이 이 영화에 관심 갖는 것 만큼 내 이야기에도 관심 갖지 않을까?’ 그 순간 결심했죠. 영화 제작에 도전해서 서양에 사는 아시아 게이 남성으로서의 나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어 보겠다고요.




3.
일반적으로 서양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아시안 성소수자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컷 슬리브 보이스>에서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시안 성소수자가 겪을 수 있는 혐오 폭력 또한 전혀 등장하지 않고요. 의도한 것인가요? 의도한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 서구 미디어에서는 아시아 게이 남성에 대한 재현이 심각할 정도로 부족했어요. 일반적인 아시아인에 대한 묘사는 영화 속에서 부정적으로 그려지곤 했습니다. 아시아 남성은 연약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거칠고, 사악한 존재로 묘사되고, 아시아 여성은 음탕하고, 복종적이고, 교활하며 백인 남성을 숭배하는 존재로 그려지곤 했어요. 나는 이러한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려는 의도로 <컷 슬리브 보이스>의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영화에서 아시아 캐릭터들은 충분히 성공한 존재이자, 데이트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될 수 있습니다. 비록 그들도 나름대로의 문제와 성격적 결함을 갖고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것에 최대한 가깝게 그들을 묘사하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솔직하게 묘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
<프론트 커버>의 두 주인공은 서로 정반대 위치에 서 있습니다. 라이언은 성정체성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지만 민족성에 선 그렇지 못하고 닝은 벽장안에 있는 게이이지만 민족성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 인물의 교차지점을 어떻게 설계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프론트 커버>의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컷 슬리브 보이즈>를 집필 했을 때 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었어요. 그 당시 중국은 경제적 붐을 이뤄냈었고 중국 본토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양으로 이주하거나 공부하러 왔어요. 보다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서양으로 건너왔던 초기 이민자들과는 다르게 이 당시의 새로운 이민자들은 부유했고 자신의 민족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도 높았어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성정치와 관련해서는 매우 보수적이었죠. 초기 이민자들은 일반적으로 돈 없이 건너왔고 저임금 노동에 시달려야 했어요. 이러한 초기 이민자들의 자손들은 부모들의 저소득 직업과 서구 사회의 제도적 차별로 인해 아시아인으로 자긍심을 거의 갖지 못한 채 성장했습니다. 그들 중 다수는 성정치에 보다 개방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백인 사회에 맞추기 위해서 백인처럼 행동하길 원했어요. 그래서 매우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육체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서로 상반된 두 캐릭터를 담아내면 흥미로울 대비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 생각해서 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5.
<아저씨 x 아저씨>과 <모두 다 잘될 거야>는 이전의 두 작품과 형식적으로 무척 다른 결의 영화입니다. 앞의 두 작품이 영국과 미국에 사는 젊은 아시아 게이의 삶을 다룬다면 이후의 두 작품은 홍콩에 살고 있는 중년 성소수자의 삶을 다룹니다. 주된 무대를 당신의 고향인 홍콩으로 바꾸고 나이든 퀴어의 삶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5년에 저는 광둥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뉴욕에서 홍콩으로 이주했습니다. 트래비스 콩이 집필한 ‘홍콩의 늙은 게이 남성 구술사’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이 책은 60대, 또는 그 이상 연배인 게이 남성들 12명의 구술을 기록한 책이에요. 저는 트래비스에게 인터뷰한 분들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리고 제가 그들을 직접 인터뷰 하면서 그들 중 다수가 여전히 결혼한 채로 자녀와 손자, 손녀들과 함께 살아가며 그들의 정체성과 투쟁적인 삶을 살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어요. 저는 인터뷰 자료와 인터뷰 대상자 분들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모두 다 잘될 거야> 또한 영화의 이야기와 매우 유사한 상황에 처한 레즈비언 분들을 인터뷰하여 거기서 영감 받아 만든 작품이에요. 그래서 이 작품의 스타일도 그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6.
<아저씨 x 아저씨>과 <모두 다 잘될 거야>의 퀴어 커뮤니티 구성원으로 등장한 배우들이 궁금합니다. 잠깐의 등장임에도 당사자가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사실적으로 퀴어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그래서 어떤 배우들이고 어떻게 캐스팅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저씨 x 아저씨>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위해서 자료조사를 하는 동안 저는 ‘게이와 그레이’(지금은 ‘게이와 프라이드’로 바뀌었습니다)라는 그룹을 만났습니다. 이 그룹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나이든 게이들의 사회단체인데요. 그룹 멤버 중 몇몇 사람들은 생기가 넘치고 매우 활기찬 분들이라 생각해서 그들에게 영화 출연을 제안했고 몇몇은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이 분들의 참여는 영화에 진정성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모두 다 잘될 거야>에서는 제가 인터뷰한 레즈비언 분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매우 부끄러워 해서 모두 연기자들을 섭외하여 촬영했습니다. 




7.
<모두 다 잘될 거야>의 엔딩은 이전 영화들의 엔딩과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여줍니다. 이전 영화들의 엔딩은 모두 인물들의 욕망이 실현될 수 없는 불가능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하지만 <모두 다 잘될 거야>은 적절한 타협의 지점을 찾아 안젤라가 바라는 바를 이뤄냅니다. 이 작품의 엔딩을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제 영화들은 모두 씁쓸하고 달콤한 결말로 이뤄져 있습니다. <컷 슬리브 보이즈>에서는 비록 멜이 자신의 애인과 헤어지지만 그는 관계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게 되죠. 애쉬도 그의 성정체성을 수용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프론트 커버>에서 라이언은 그의 민족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되지만 닝은 그의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못하죠. <아저씨 x 아저씨>에서는 두 주인공이 결국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짧은 연애에 대한 달콤한 추억을 함께 공유하게 됩니다. 제가 인터뷰 했던 대부분의 결혼한 게이 남성들은 연애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들에게 이러한 추억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삶이 종종 쓸쓸하고 달콤하며, 뭔가를 잃기도 하지만 또 뭔가를 얻기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
끝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퀴어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퀴어영화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단, 대부분의 퀴어영화들이 정체성과 평등권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세계가 여전히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권리와 대표성 측면에서 매우 적대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동성애 혐오 범죄가 발생하고 있고 동성혼과 평등권은 여러 나라들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몽상에 불과할 뿐입니다. 동성혼이 인정되는 도시에서 조차도 여전히 많은 기본 인권들은 이성애가 누리는 특권과 동등하지 않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