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SIPFF 11.7(Thu.) ~ 11.13(Wed.)


뉴 프라이드
New PRIDE


퀴어영화를 연출한 신인 감독들의 재능이 돋보이는
데뷔작 혹은 두 번째 작품을 선보이는 섹션

프로그래머 추천작: <어느 봄의 여정>, <소풍>, <소녀들이여, 거센 비처럼>



‘뉴 프라이드 섹션’은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과 그 독창적인 작품 세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선보인다. 신인 감독으로 분류되는 데뷔작과 두 번째 작품을 기준으로 뛰어난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정해 상영한다. 2024년 뉴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걸출한 신인 감독의 작품 다수를 아시아 프리미어로 만나볼 수 있다.

먼저, 팽주휘, 왕핑웬 감독의 <어느 봄의 여정> 오랜 시간 동안 아내에게 의지해 온 한 노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아내를 잊고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삶을 이어가는 와중에 오랫동안 소원했던 아들이 새로운 연인과 함께 찾아오면서 그는 인생에서 또 다른 변곡점을 맞게 된다. 인간 본연의 감정을 섬세한 각본으로 표현한 영화로, 대만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장 뤽 보네파치노 감독의 <소풍>은 홍콩의 전문 보디빌더이자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 박사과정 학생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사회가 정한 틀과 이분법에 맞서 온전한 자신으로서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홍콩에서 미국 애틀랜타까지, 수 세기 동안 중국과 남미 사회에 깊이 새겨진 전통적인 사회 및 문화 구조에 도전하는 젠더 플루이드 보디빌더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수 이쉬안 감독의 <소녀들이여, 거센 비처럼>도 뉴 프라이드 섹션에서 주목할 만하다. 계엄령이 해제된 1994년 대만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해 참가한 시위에서 우연히 만난 세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감정이 깊어지는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시위는 어느덧 사랑의 자유를 위한 투쟁이 된다. 민주화의 폭풍 속에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사랑과 자유의 이야기를 세밀한 연출로 엿볼 수 있다.


올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반가운 한국 장편 퀴어영화도 있다. 장준영 감독의 <겨울나기>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서른 중반의 한 여자의 이야기로, 각기 다른 환경에 놓인 세 자매가 추구하는 여성 중심의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다.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장선과 양말복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처럼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신인 감독들의 다양한 작품이 포진해 있으니, 퀴어영화의 동시대적인 흐름을 읽고 싶다면 뉴 프라이드 섹션에 주목해 보는 게 좋겠다.